
금세기 최고의 '뇌피셜'? 의식의 비밀을 푼 천재 이론?
의식이란 무엇인가? 세기의 난제에 도전한 한 천재 물리학자

인간의 의식
은 현대 과학이 마주한 가장 크고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. "나는 생각한다, 고로 존재한다"
라고 했던 데카르트
의 말처럼,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생각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정작 나
라는 주관적인 경험, 즉 의식
이 뇌의 물리적인 작용 중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. 아주 기본적으로 생물학자
들은 신경세포의 연결성에서 의식
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. 신경세포(뉴런)
들의 전기적 신호 교환이 어떻게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, 그리고 ‘나’라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걸까?
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의식
이란 뇌의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창발적 현상
이라고 설명한다. 수많은 뉴런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특정 수준 이상의 복잡성
을 갖게 되면 저절로 의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. 하지만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수학자인 로저 펜로즈(Roger Penrose)
는 이런 설명에 만족하지 못했다. 그는 본디 양자역학
을 다루는 물리학자인데, 마취과 의사와 함께 이 의식의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문헌과 경험을 나누었고 이내 양자역학
을 통한 의식의 근원에 대해서 설명했다.
양자역학과 뇌의 만남: Orch OR 이론의 탄생
펜로즈는 마취과 의사이자 의식 연구자인 스튜어트 하메로프 (Stuart Hameroff)와 손을 잡고 1990년대에 매우 대담하고 혁신적인 가설을 내놓았다. 바로 ‘조화로운 객관적 환원(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, Orch OR)’ 이론이다.
이 이론의 핵심 주장
은 다음과 같다.
“의식은 뇌 신경세포 속 ‘미세소관(microtubule)‘이라는 생체분자에서 일어나는 양자 과정의 결과물이다.”
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? 의식
을 이야기할 때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시냅스
라고 부르는 신경세포 끼리의 연결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. 아래 그림처럼 시냅스
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이라고 한다면 미세소관
은 세포 내
에 존재하는 세포골격
이다. 우리 사람으로 치자면 뼈
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. 엥? 그런데 뇌세포의 뼈대가… 의식을 만들어낸다고?

미세소관은 양자 계산이 일어나는 생체 분자이며 이것을 통해 의식이 나타난다!
펜 로즈
는 양자적인 어떠한 현상을 나타낼 수 있는 생체 분자로 미세소관
을 꼽았다. 튜블린(Tublin)
이라는 생체 분자가 차곡차곡 쌓여서 거대한 원통 구조를 형성하면 그것이 바로 미세소관
이다. 비단 신경세포 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체 구조인데, 이것이 형성하고 있는 원통형 구조
가 양자 상호작용의 핵심이라고 펜 로즈
는 주장한다.

미세소관
이 가지고 있는 원통형 구조는 원통의 외부와 내부를 훌륭하게 격리시키고, 이것이 바로 양자 현상
이 나타나기에 최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. 양자의 세계
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양자얽힘
과 중첩
상태이다. 양자 현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다른 분자와의 상호작용이 없어야
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세포 내 환경은 너무나 다양한 상호작용이 도사리고 있다. 끊임없이 부딪히는 물 분자
에서부터 각종 단백질과 무기물, 작은 분자들이 꼼꼼하게 패키징 되어있는 것이 바로 세포
다. 이런 환경에서는 양자 현상
이 유지될 수 없다. 양자역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이렇게 너무 복잡하고 산만한 시스템을 뜨겁고 시끄럽다
고 표현한다. (심지어 체온은 양자역학적으로 너무 뜨거운 상태다.)
이렇듯 세포 내부
는 너무나 뜨겁기 때문에 양자적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지만 미세소관
이 만들어낸 원통 구조의 내부는 매우 격리 되어있어 양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펜 로즈
는 주장한다. 이 미세소관에 양자 정보
가 계속해서 쌓이게 되며 이렇게 쌓인 양자 정보
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것들이 한 순간에 양자 붕괴
를 일으키고 하나의 현상으로 결정
될 때 비로소 양자 컴퓨터
처럼 어떠한 계산을 거친, 의식이 창발된다고 보는 것이다.
특히 이 과정은 시냅스에서 마취제
가 뉴런에 도달했을 때 미세소관
과 상호작용한다는 마취과 의사의 주장에서 영감을 받았는데, 이 때문에 시냅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 과정은 사실은 미세소관
을 조절하는 것이며, 이러한 조절 기작을 따라 양자현상이 조율(Orchestrated)
된다고 주장한다. 이것이 바로 Orch OR
이론에서의 Orch
이 가지는 의미다.
의식의 순간, 객관적으로 환원된다는 의미
객관적으로 환원
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? Objective Reduction, OR
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외부의 어떠한 개입이 없이도 양자 붕괴
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. 일반적으로는 양자현상
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
했을 때 붕괴
된다고 알려져 있지만, 펜 로즈
는 다르게 본다. 어떠한 상호작용 없이도 자발적으로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. 미세소관을 생각해보면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양자 중첩 상태
가 미세소관에서 쌓이게 되는데, 어느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양자붕괴
로 이어진다고 본다. 이것을 객관적으로 환원 되었다.
라고 한다. 합쳐서 Orch OR
이란 조화로운 객관적 환원(Orchestrated Objective Reduction, Orch OR)
을 뜻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.
의식의 주파수, EEG로 본 양자 쌓임과 붕괴. 그리고 마취

뇌파를 확인하는 기술인 EEG(Electro Encephalo Graphy)
는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. 펜 로즈
는 이것을 이용해서 시간에 따라서 뇌에서의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. 이것을 보고 그는 이 주파수로 나타나는 패턴이 바로 양자 쌓임
과 붕괴
순간을 나타내는 근거라고 생각한 것이다.
비단 EEG
기술 뿐만이 아니다. 마취과 의사 스튜어트 하메로프 (Stuart Hameroff)는 평소 마취제
의 작동 원리
에 대해 탐구하였는데, 다양한 종류의 마취제들이 미세소관
의 튜블린 단백질
내부의 특정 장소(소수성 주머니)를 타겟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. 즉, 마취제는 이 튜블린 단백질
에 끼어들어서 양자 계산
을 방해하기 때문에 의식
이 순간적으로 꺼진다고 본 것이다.
남겨진 질문들: 이론의 한계와 과제
아주 흥미롭고 재미난 이론이며, 일부 논문에서는 실제로 양자현상
이 미세소관을 타고 나노미터
단위로 전달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.1 그러나 아래처럼 치명적인 한계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.
첫 번째, 세포 골격은 모두가 가지고 있다.
미세소관
은 온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모조리 가지고 있는 것이다. 뉴런
만이 이것에서 정보를 얻어낸다는 것은 약간 받아들이기 어렵다. 이에 대해 펜 로즈
는 뇌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들의 미세소관과는 다른 특별한 배열과 안정성을 가지며, Gap juction
을 통해 네트워크를 이루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한다. 그런데 웬만한 Connective tissue
는 Gap juction
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 누구보다 탄탄한 Gap juction
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표피세포 혹은 내피세포
이다. 얘들은 미세소관
마저도 훨씬 복잡하게 구성 되어있다. 그의 주장을 수용하자면 피부는 의식이 발생할 수 있는 더 훌륭한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.
두 번째, 미세소관을 이용하는 생체 분자들이 너무 많다.

대표적으로 Motor protein
이 있다. 이 친구는 다양한 생체 분자를 정해진 위치로 옮기는 단백질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진짜로 걸어서
움직이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. 이 친구가 고속도로처럼 타고 가는 것이 바로 튜블린 단백질
이다. 양자 정보
가 튜블린 단백질에 쌓인다면 도대체 이 Motor protein
처럼 직접적으로 닿고
있는 분자로 인해서 왜 양자 정보는 붕괴되지 않는가? 양자 상태는 극도로 섬세해서 외부의 접촉
에 쉽게 붕괴된다. 그런데 미세소관이라는 양자 트랙 위를 거대한 단백질 트럭들이 끊임없이 덜컹하면서 지나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미세소관이 고요한 양자 상태
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일까?
세 번째, 원통은 사실 닫힌 계가 아니라 열린 계였다.

마취제의 타겟이 원통 내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는 달리 양자 상태
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.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외부에서 유입된 마취제
가 원통 내부를 타겟으로 하고 의식을 껐다.
면, 마취제와 유사한 크기와 상태의 모든 분자
들이 원통 내부
에 침입할 수 있다는 말이 되어버린다. 아이러니하게도 방어로 내세운 논리가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. 다시 말해서, 마취제와 비슷한 다른 모든 분자들 역시 그 주머니에 침입하여 양자 상태를 교란할 수 있다는 말이 되어버린다.
결론: 의식은 대체 뭘까?
Orch OR
이론은 아직 완성된 이론은 아니다. 여전히 많은 가설과 중간 논리들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대단한 것은 바로 의식
의 출발점을 나타내는데 있다. 단순히 시냅스
가 복잡해지면 의식
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애둘러 이야기 했을 뿐이다. 현상만 묘사할 뿐 근본적으로 왜?
그런지, 어떻게?
그것이 가능한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.
Orch OR
이론은 바로 여기서 미세소관
과 양자붕괴
를 섞어서 어떻게든 의식
설명해보려고 한다. 서로 맞물리지 않을 것 같은 두 학제간의 융합된 지식인 것도 매우 훌륭할 뿐더러, 근본적인 설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바로 과학의 자세
그 자체이다.
그 답이 맞든 틀리든, 가장 근본을 두드린 이 지적 여정만으로도 찬사를 받아야 함에 틀림없다.
출처
- Hameroff, Stuart, and Roger Penrose. “Consciousness in the Universe: A Review of the ‘Orch OR’ Theory.” Physics of Life Reviews 11, no. 1 (2014): 39–78. https://doi.org/10.1016/j.plrev.2013.08.002.